짐작은 무엇을 보나

스물두 가지를 묻고, 그 답에서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짐작해 봅니다. 사주도 아니고 성격 유형도 아닙니다. 타고난 것이 아니라 지금을 봅니다. 그래서 몇 달 뒤에 다시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왜 사소한 걸 묻나

“요즘 힘드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 그래요”라고 답합니다. 숨기려는 게 아니라, 자기 상태를 자기가 제일 늦게 압니다.

그래서 상태를 직접 묻지 않습니다. 대신 장면을 묻습니다. “일요일 저녁, 문득 드는 생각은?” “불 끄고 누우면 보통 어떤 생각이 먼저 와요?” “알람 없는 쉬는 날 아침엔?”

이런 건 좋게 답할 방법이 딱히 없습니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고르게 됩니다. “괜찮으세요?”에는 괜찮다고 답할 수 있지만, 일요일 저녁에 무슨 생각이 드는지에는 꾸밀 게 없습니다.

답 하나하나는 아무 뜻도 없습니다. 스물두 개가 한 방향을 가리킬 때만 의미가 생깁니다.

네 가지를 봅니다

몸, 마음, 관계, 나. 각각 다섯 단계로 나눕니다. 1단계가 가장 여유 있고 5단계가 가장 눌려 있습니다. 네 축은 따로 움직입니다. 몸은 멀쩡한데 나만 바닥인 경우가 흔합니다.

몸

지금 남아 있는 체력입니다. 많이 자느냐가 아니라, 내일 몫을 당겨 쓰고 있느냐를 봅니다.

  1. 1단계충전됨
    몸이 아직 여유를 갖고 있습니다. 드문 상태입니다.
  2. 2단계버틸 만함
    큰 무리는 없습니다. 다만 남은 힘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3. 3단계빠듯함
    하루를 겨우 채우고 있습니다. 하나만 더 얹히면 흔들립니다.
  4. 4단계빚진 상태
    내일 몫의 체력을 미리 꺼내 쓰고 있습니다. 몸이 신호를 보내는데 지나치고 있을 겁니다.
  5. 5단계경고등
    여러 곳에서 동시에 신호가 옵니다. 이대로면 몸이 먼저 타임아웃을 외칠 기세입니다.

마음

머릿속이 얼마나 붙잡혀 있는지입니다. 기분이 좋고 나쁨이 아니라, 생각이 머릿속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지를 봅니다.

  1. 1단계여유
    머릿속에 여백이 있습니다. 새로운 게 들어올 공간이 있는 상태입니다.
  2. 2단계잔잔함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무난하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3. 3단계조임
    늘 뭔가 신경 쓰고 있습니다. 쉬어도 완전히 안 꺼집니다.
  4. 4단계과부하
    처리할 게 용량을 넘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걸 자꾸 놓칩니다.
  5. 5단계방전
    느끼는 것 자체가 줄어든 상태입니다. 무덤덤한 게 아니라 꺼져 있는 겁니다.

관계

사람과 이어져 있는 정도입니다. 몇 명을 아느냐가 아니라, 힘들 때 말이 나갈 데가 있느냐를 봅니다.

  1. 1단계이어져 있음
    내가 기댈 사람이 있고, 나에게 기대는 사람도 있습니다.
  2. 2단계적당함
    필요할 때 연락할 사람이 있습니다. 무리 없는 거리입니다.
  3. 3단계느슨함
    사람은 있는데 깊이가 얕아졌습니다. 연락이 뜸해진 쪽입니다.
  4. 4단계끊기는 중
    연락을 미루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관계가 하나씩 조용히 정리되고 있습니다.
  5. 5단계혼자
    거의 혼자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게 편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된 겁니다.

나

내 몫이 남아 있는지입니다. 하고 싶은 게 없어진 게 아니라 뒤로 밀린 것인지를 구분합니다.

  1. 1단계내 삶을 사는 중
    하고 싶은 것과 하는 것이 크게 어긋나지 않습니다. 흔치 않은 상태입니다.
  2. 2단계내 몫이 있음
    전부는 아니어도 내 시간이라 부를 만한 게 남아 있습니다.
  3. 3단계내 것이 뒷전
    하고 싶은 게 있는데 계속 뒷순위로 밀립니다. 사라진 게 아니라 밀려 있는 겁니다.
  4. 4단계남의 일정으로 사는 중
    하루가 남이 정한 순서로 돌아갑니다. 빈 시간이 생겨도 뭘 할지 잘 안 떠오릅니다.
  5. 5단계나를 잊은 중
    뭘 좋아했는지가 흐려졌습니다. 무뎌진 게 아니라, 스스로에게 오래 안 물어봐서 그렇습니다.

왜 이름을 붙이나

네 축에 각각 1~5단계니까 조합은 625가지입니다. “B2-M3-T1-S4” 같은 코드로도 적을 수 있지만 그건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음절짜리 이름으로 바꿉니다.

이름은 아무렇게나 붙이지 않습니다. 소리가 상태를 따라갑니다. 여유 있을수록 가볍고 밝게, 눌려 있을수록 무겁고 어둡게 읽힙니다. 규칙은 이름 읽는 법에 적어뒀습니다.

진단이 아닙니다

짐작은 재미로 보는 것입니다. 병을 가려내지 않고, 치료를 권하지 않고, 어디로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답변은 저장하지 않습니다. 어떤 결과가 몇 번 나왔는지 숫자만 익명으로 셉니다.

그리고 결과가 나쁘게 나와도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짐작이 보는 건 타고난 것이 아니라 지금이고, 지금은 바뀝니다.

스물두 개면 됩니다. 3분 안 걸립니다.

짐작해 보기